정년퇴임을 앞두고

울산의대 송재관

학회에서 정년퇴임에 즈음한 인사말을 부탁받아 이렇게 여러 선생님들께 인사말을 전합니다. 처음엔 그리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 방법이 그동안의 인연을 어느 정도 정리하는 기회가 되는 장점도 있다고 봅니다.

어느 누구의 삶이 그러하겠지만, 지난 30여 년 동안의 여정은 저에게는 특별했습니다. 제가 cardiology를 전공으로 선택할 1980년 중반에는 아직 subspeciality에 대한 분류가 애매했던 시기로 전국의 심장내과 의사들 사이에 연배와 상관없이(?) 무척 가족적인 분위기가 유지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가을학회 초록발표는 두 개 방에서 열리며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여 Q&A를 진행하는 뜨거운 분위기였습니다. 따라서 운이 좋게도 ‘그냥 심장내과를 전공하고 싶다’는 뜻을 표했다는 것만으로도 제가 근무했던 서울대학교병원 은사님들뿐만 아니라 전국의 유명 교수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시절입니다. 언뜻 떠오르는 선생님들만 해도, 김삼수, 서순규, 신영기, 박옥규, 김종성, 이원로, 홍순조, 최규보, 박희명, 노영무, 이웅구, 차홍도 교수님 등 연배차이가 엄청난 분들과 함께 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논문을 준비할 때 JACC paper를 구하려고 (당시 도서관에서 얻을 수 없는 전문잡지들이 많은데 개인 구독을 하신 멋진 분들이 있었습니다) 어렵게 찾아뵈면 제 볼을 꼬집으시며 ‘이놈 봐라!’ 하시면 웃으시던 분들이 몇 분 있으셨습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noninvasive cardiology, 심장영상 특히 심장초음파에 매진하게 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Stress echo와 TEE 등 새로운 기법들이 도입되고 second harmonic imaging이 심장초음파의 해상력을 혁명적으로 증대시켜 각종 심장질환의 진단과 치료 원칙 확립에 크게 기여하는 심초음파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미국연수 이후 심장초음파 시행에 있어 sonographer 역할이 확립되어야 한다는 확신이 생겼고 이를 정착시키는 노력을 했습니다. 특히 전문가들의 교육 프로그램이 질 향상을 위하여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1997년부터 Echo Seoul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Market이 크지 않은 우리나라 상황에서 협찬이 쉽지 않음을 감안하여, 각자 동일한 목적의 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하지 말고 함께 힘을 합치자는 저의 제의에 흔쾌히 동의해 주셔서, 서울대학교 손대원 교수님, 연세대 정남식 교수님들과 지난 20여 년간 Echo Seoul을 우리나라 최고의 교육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온 것은 큰 행운이었기에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특히,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Echo Seoul의 발전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으셨던 Mayo Clinic의 오재건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선배 및 동료 교수님들한테 받았던 사랑 및 격려를 후배들에게 제대로 전했는 지가 늘 걱정이었습니다. 마음의 빚으로 남아있는 회한을 이제 정리해야 할 시점입니다. 후배 여러 선생님들의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