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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경계에서: 수영이 주는 도전과 치유

김민정명지병원 심장내과

호모 사피엔스, 즉 인간은 원래 지상의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도록 설계된 존재이다. 잘 훈련된 다이버나 해녀처럼 특별한 능력을 갖추지 않은 이상, 대부분의 인간은 물속에서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수영이란 참 묘하다.

수영은 우리가 가진 생명력의 범위를 아슬아슬 줄타기 하는 행위이다. 물 속에 들어가기 위해 우리는 숨을 참아야 하고, 곧 공기를 그리워하며 다시 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 물 속과 물 밖의 경계를 넘나드는 행위는 단순한 동작이 아니다. 우리의 본능적 두려움을 마주하는 일이다. 따라서 그 경계를 안정적으로 드나들기 위해서는 용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그리고 마침내, 물결 위에서 조용히 균형을 잡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자칫 균형을 잃는다면 우리는 가라앉을 것이다. 중심을 잡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힘과 호흡을 조절하고, 내면의 두려움과 마주해야 한다. 물에 쉽게 몸을 맡기지 못하는 이들은 물 속에서 균형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탓이다. 그러나 두려움을 극복하고 물에 자신을 맡길 때,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수영은 마치 우리의 삶과도 닮았다.

여러 연구들이 보여주듯이 수영은 심박수와 혈압을 낮추고 심폐 기능을 향상시킨다. 뿐만 아니라 인슐린 민감성을 증가시키고 혈당을 의미있게 낮추며, 중성 지방과 저밀도 콜레스테롤, 복부 둘레를 감소시키는 등 대사 증후군의 주요 지표들을 개선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실제로 수영을 통해 건강의 제약을 극복하고 프로 스포츠의 정상을 달성한 사례가 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연이어 수영 금메달을 차지한 게리 홀 주니어 (Gary Hall Jr.)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후 다시는 수영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수영은 단순 스포츠의 영역을 넘어 그가 건강을 유지하고 메달을 획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수영이 대사 증후군 환자에서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강인함을 증진시키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고무적인 사례이다.

나 역시 수영을 좋아한다. 내가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에 도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내 존재가 품고 있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과정이 좋다. 추간판 협착증 재활을 목적으로 수영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 자체로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물에 있을 때 나는 내 신체의 리듬을 분명하게 느낀다. 물의 안과 밖을 오가며 호흡을 조절할 때마다 나는 그 어떤 때보다도 살아있다. 잠영을 할 때면 모든 것이 순식간에 고요해지고, 깊은 고독 속에서 감정이 차분히 해소된다. 앞으로도 나는 수영을 통해 내 안에 잠재된 생명력을 가꿀 예정이다. 그 생명력으로 나 자신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더욱 사랑하게 되길 바란다. 물 속과 물 밖의 경계에서 나는 늘상 내 자신과 대면한다. 그리고 매번, 조금씩 더 나아지는 중이며 이것이 내가 수영을 사랑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