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을 앞두고
한림의대 홍경순
존경하는 그리고 사랑하는 회원 여러분,
아직 마음은 이곳에 머무르는데 벌써 정년퇴임 인사를 드릴 시간이 되었습니다.
출퇴근길, 하루가 다르게 꽃망울을 터뜨리는 하얀 목련을 보며, 문득 4월의 노래 한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예과 입학 후 꿈과 희망이 가득했던 시절 흥얼거렸던 노래입니다.
그런데 어느덧 정년을 맞이할 시간이 되었다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의과대학에서 시작된 여정이 전공의, 전임의를 거쳐 순환기내과 심초음파 분야로 이어진 시간은 저에게 큰 행운이었고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내과 2년 차가 되어 주치의로서 환자 검사를 신속히 진행하고자 심초음파실을 자주 드나들던 것이 인연이 되어, 석사 과정에서 승모판질환에서의 Doppler 심초음파도 소견을 연구하며 이 분야에 첫발을 들여놓았습니다. 특히,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임상의사의 본보기를 보여주셨던 박희명 교수님께서 저를 지도해 주셨던 순간들은 지금도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한 가르침이 있었기에 내과전문의가 되고 수년이 지난 후 여전히 제 마음속에 아쉬움으로 남아 있던 순환기내과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고, 늦은 나이에 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에서 전임의를 시작할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선배 교수님들과 동료들의 한결같은 도움 속에서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에서 3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춘천이라는 작은 도시에 정착하고, 이곳에서 소신껏 환자를 치료하고 학생을 가르치며 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믿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았고, 학문적으로는 못내 아쉬운 시간으로 남아있기도 하지만,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고, 여러 교수님들의 연구를 임상 현장에서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동안 함께해준 심초음파학회 선배, 동료, 후배 교수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제 저는 교수로서의 역할을 내려놓고 새로운 시간으로 나아갑니다. 그러나 제가 몸담았던 이곳과 함께했던 분들은 제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회원 여러분 모두 학문적 성취와 더불어, 의사로서 교육자로서 보람 있고 행복하며, 무엇보다 건강하고 평온한 날들이 함께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