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근황
원광의대 정진원
정년퇴직 후 원굉효도 요양병원에서 6년여 동안 고령의 치매환자, 혈액투석 환자들을 주치의로 돌보면서 그동안 순환기 내과의사의 경력과는 먼 사뭇 기초적인 시술들을 직접 하면서, 약 45년전에 배웠던 술기들을 다시 책을 읽어 시행하면서 기본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실감하였다. 방금 넘어져 피가 나는 환자를 외과의사가 아니라고 방치할 수 없는 일이고, 달려들어 봉합실의 번호도 모르지만, 연속 봉합을 한다. 끝내고 압박하면서 아차 마취제를 안 썼네, 깨끗해진 상처를 보면서 대수술을 마친 것처럼 가볍다. 재활치료 도중 심장마비가 와서 마룻바닥에서 CPR을 시행한다. 혹시나 가족들에게 봉변당하지 않을까부터 걱정하면서 1인 2역으로 기관지삽관도 시도한다.
아침 회진 때까지 아무 변화 없던 치매 노인이 갑자기 고열이 생기며 폐렴 증세로 돌아선다. 흔한 일이다. 자주 무른 변을 본다던 노인이 어느 날 배가 고장이 되면서 패혈증 소견을 보인다. 대변으로 막히면서 설사, 구토를 하다가 장이 괴사가 된다니 가족들이 들으면 또 혼날 소리다. 왜 대변도 체크하지 않았냐고 항의할거고. 혈액투석환자들은 까다롭다. 담당의사의 이력도 잘 알며, 투석만 끝나면 라면, 만두, 외부음식을 잔뜩 먹고 혈당이 300으로 오른다. 밤에 인슐린을 극소량 주사하는데 다음날 아침 70으로 저혈당을 호소한다. 당은 본인이 더 잘 아니 간섭하지 말라고 하신다. 투석 중에 혈압이 떨어지는 환자도 많아서 일부는 투석전에만 승압제를 사용한다. 그 환자가 투석 후 병실로 가면 고혈압으로 190이상이다. 너무 힘든 일이다. 치료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일은 엄두도 안난다. 이제는 최강의 병합요법이다. 용량도 두배씩 거기다 강력한 혈관확장제까지. 이론과 현실은 너무 다르다. 본인은 다행히 내과에 심장초음파기가 있어서 심부전인지 폐렴인지 흉수, 복수가 있는지 당낭염은 아닌지 감별하고 수액치료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또 내과를 모르는 동료 선생님들도 환자 가족들을 이해시키면서 잘 지내시는 것을 보면 간혹 내 생각이 틀린 것인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본인은 지난 3월부터 다시 예전 직장으로 시니어 재취업의 길을 걷게 되면서 익숙한 환경이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의료기술과 젊은 동료들 속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또 하나의 도전이며, 특히 젊은 세대와의 소통은 새롭게 배워야 할 언어같이 느껴지기도 하다. 인생도 그 초년의 기본에 대한 경험과 성실함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나중에 차차 느끼게 될 것이다. 오늘도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는 한국심초음파학회 회원 여러분들에게 따뜻한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