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러너에서 마라토너까지
서울의대 황인창
최근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 아침, 어디에서든 러너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2023년 초 캐나다 밴쿠버로 연수를 가며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귀국 후 전국적으로 불고 있는 러닝 열풍에 깜짝 놀랐습니다.
연수 당시 거주했던 곳은 밴쿠버의 서쪽 끝 UBC 캠퍼스 한구석, 거대한 숲과 해변으로 둘러싸인 가까운 러닝 최적의 환경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평범한 운동화에 반팔, 반바지를 입고 가볍게 달리기 시작했고, 10km를 쉬지 않고 뛸 수 있게 된 시점에 러닝화를 구입했습니다.
러닝화, 본격적인 러닝의 시작
제가 처음 신은 러닝화는 나일론 플레이트가 장착된 ‘라이트 플레이트’ 제품이었는데, 요즘 가장 널리 알려진 러닝화는 ‘카본 플레이트 (carbon plate)’가 장착된, 이른바 “카본화”입니다. 밑창의 가운데 부분, 즉 중창 (midsole)에 탄성 높은 카본 플레이트가 들어간 러닝화로서, 지면에 닿는 순간의 충격을 강력한 반발력으로 전환시켜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달리기 효율을 높여줍니다.
밑창의 중간 부분 (midsole)에 카본 플레이트가 장착됩니다.
카본 플레이트의 반발력을 통해, 착지할 때 지면으로 가해지는 힘이 전진 에너지로 전환됩니다.
- Nigg BM, et al. Br J Sports Med. 2021 May;55(9):462-463.
러닝화는 사용 목적에 따라 크게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습니다.
- 쿠션화 : 충격 흡수 극대화, 초보 러너에게 적합
- 안정화 : 발 아치를 지지하고, 과회내 (발 안쪽 쏠림)를 방지
- 라이트 플레이트 : 나일론/유리섬유 플레이트로 적당한 반발력 제공
- 카본 플레이트 : 반발력을 극대화함으로써 기록 단축에 최적화
카본화는 빠른 속도를 내야 하는 마라톤 대회에 적합하지만,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초보 러너가 착용할 경우 부상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강한 반발력이 관절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실제 실력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게 되어 오히려 부상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달리기를 막 시작한 초보자에게는 쿠션화나 안정화를 추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정 수준의 경험이 쌓인 뒤에는 목적에 따라 러닝화를 선택하게 되는데, 가벼운 조깅에는 쿠션화나 안정화, 속도나 거리 증가를 위한 훈련 시에는 라이트 플레이트, 그리고 대회 출전 시에는 카본화를 착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물론 러닝을 막 시작한 단계에서 꼭 러닝화를 신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집에 있는 편한 운동화를 신고 달려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5~10km 정도를 무리 없이 뛸 수 있게 되는 시점부터는 부상 예방과 러닝 효율을 고려해 러닝화를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카본화는 가격대가 높고, 내구성이 비교적 짧아 (일반적으로 200~400km에서 성능 저하) 러닝에 충분히 익숙해진 이후에 구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처음 신었던 라이트 플레이트 러닝화는 누적거리 800~1,000km 정도부터 쿠션과 반발력이 점차 떨어지는 것을 느꼈고, 2,000km를 넘기면서는 발에 통증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평소 훈련이나 회복기에는 쿠션화, 대회나 인터벌 트레이닝 때는 카본화를 착용하며 상황에 맞춰 활용하고 있습니다.
장거리 러너가 되기 위한 훈련
‘훈련’이라고 하면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일상 중 짬을 내어 집 근처를 뛰는 정도입니다. 평소 주중에는 10km, 주말에는 20~25km 정도를 달리고, 실력 향상을 위해 중간중간에 ‘인터벌 트레이닝’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인터벌 트레이닝은 역량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저는 400~500m를 최고 속도의 80~90%로 달리고, 같은 거리를 느린 조깅을 하면서 회복하는 방식으로 4~5회 반복합니다. 인터벌 트레이닝은 속도 향상은 물론, 매 세트를 마칠 때마다 성취감이 크다는 점에서 강력히 추천하는 훈련입니다.
인터벌 트레이닝과 함께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긴 거리를 긴 시간 동안 달릴 수 있는 능력입니다. 특히 풀코스 대회가 예정되어 있다면 장거리 훈련을 별도로 챙겨줘야 합니다. Long-Slow-Duration, LSD 훈련이라고 부르는데, 평소보다 약간 느린 속도로 30~35km 이상을 달리는 장거리 훈련입니다. 저는 한 달에 한두 번, 주말 새벽 시간을 이용해서 장거리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풀코스 대회로부터 2~4주 전에는 꼭 챙겨서 해야 하는 훈련으로서, 대회 당일 후반부에 페이스를 잃지 않고 완주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초반 3km 정도 가벼운 조깅으로 몸을 풀어준 뒤,
최대속도에 가깝게 500미터, 회복을 위해 500미터를 반복했습니다.
제가 주로 이용하는 동작대교~잠실대교 왕복 30km 코스입니다.
2000kcal 정도를 소모하기 때문에, 탈진되지 않도록 중간에
에너지젤과 수분 섭취를 잘해야 합니다.
이 외에도 부상을 예방하고 하체 근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보강 운동을 함께 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데드리프트’는 장거리 달리기에서 필요한 근육과 작동 범위가 유사해 러너에게 매우 효과적인 운동이며, 저는 1주일에 한 번 정도 집에서 아령을 이용해서 보강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마라톤 대회, 러너들의 축제
지금까지 제가 참가한 마라톤 대회는 총 12개였고, 이 중 풀코스는 3회였습니다. 적게는 수천 명, 많게는 수만 명이 함께 뛰며 대회의 설렘을 나누고, 수많은 응원을 받으며 고비를 넘기는 경험은 그 자체로 특별한 축제입니다. 힘든 구간을 버텨내며 골인 지점을 통과할 때의 감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뿌듯함과 성취감을 안겨줍니다. 마라톤 대회는 실력과 무관하게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며, 완주만 해도 기념 메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 받았던 완주 메달을 보고 있으면, 그날의 분위기, 달렸던 코스의 풍경과 응원하던 관중들, 그리고 그 순간의 감정들이 떠올라서 소중한 추억이 됩니다
상단 : 캐나다에서 참가한 5k, 10k, 하프마라톤 대회
중단 : 한국에서 참가한 다양한 러닝 대회
하단 : 풀코스 마라톤 완주 메달
처음 참가했던 5km 대회. 북미 최대 규모 스키장으로 유명한 휘슬러 리조트에서 개최되었는데,
대회 코스에 불곰이 나타나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진행된 10km 대회.
밴쿠버 UBC 캠퍼스를 가로지르며 달렸던 하프마라톤 대회.
왼쪽 사진은 20km 지점, 가운데 사진은 일반적으로 가장 힘들게 느껴지는 35km 지점, 오른쪽 사진은 몸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쳤지만 표정은 한없이 밝아지는 골인지점
중간에 비가 많이 오고 추워서 고생했지만, 후반부에서 페이스가 많이 떨어지지는 않았고,
직전 대회보다 약간 기록을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10분만 달려보세요
달리기는 장비나 장소에 큰 제약이 없고, 시간과 속도도 내 상황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아주 유연한 운동입니다. 접근성과 자유도 면에서 이만큼 뛰어난 운동은 흔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꾸준히 달리다 보면 실력 향상이 눈에 보이고, 달리는 동안 느끼는 해방감과 성취감은 그 어떤 운동보다도 강렬합니다. 아직 달리기를 시작하지 않으셨다면, 오늘 단 10분 만이라도 가볍게 뛰어보세요. 처음엔 1km도 버거울 수 있지만, 두세 번만 반복해 보면 어느 순간, 달리기의 즐거움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