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커피시장의 새로운 파도, 스페셜티 커피

영남의대 최강운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이제 전 세계가 주목할 정도입니다. 우리 국민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약 416잔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1위,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입니다. 프랑스의 551잔에 이어 세계 2~3위권에 자리하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커피 전문점의 수만 보아도 한국 시장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현재 약 10만 개로 추산되는데, 이는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 (약 4만 개)의 두 배 이상입니다. 인구 100만 명당 커피 전문점 수로 따져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하며, 단순한 음료를 넘어 생활 문화로서의 위상을 확립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커피를 단순히 마시는 데 그치지 않고, 카페 공간 자체를 즐기고 소비하는 독특한 문화가 발전했습니다.

이글이 매일 함께하는 당신의 커피에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기를 바랍니다.

1세대 바리스타와 스타벅스의 등장

우리나라 커피 문화는 30여 년 전, 인스턴트 커피 중심의 다방 문화에서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1990년대 초반, 일본에서 커피를 배워온 1세대 바리스타들이 아라비카 원두를 들여오면서 본격적인 원두커피 시장이 열렸습니다. 박이추 선생님 (강릉 보헤미안)을 비롯한 1세대 바리스타의 활동은 신촌과 이대 상권을 중심으로 퍼져나갔고, 핸드드립 커피라는 새로운 장르를 대중에게 소개했습니다.

이어 1990년대 후반, 스타벅스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판도가 달라졌습니다. 스타벅스는 에스프레소 기반 음료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등)를 일상화시키며 빠르게 성장했고, 2004년까지 100개 이상의 매장을 열었습니다. 강배전 (다크 로스팅, 혹은 프렌치로스팅처럼 진한색의 커피원두) 커피의 풍부한 바디감과 균질한 맛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품질을 유지한 전략은 한국 시장에서도 통했습니다. 이후 국내 커피 전문점들은 스타벅스의 전략을 참고하거나, 더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저가형 브랜드로 확산되며 지난 20여 년간 커피 시장의 대세를 이뤘습니다.

스페셜티 커피의 도래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전 세계적으로 더 좋은 커피를 찾는 흐름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 (SCA)는 커피의 품질을 점수로 평가하고, 특정 농장과 생산자까지 추적 가능한 원두를 ‘스페셜티 커피’로 정의했습니다. 나아가 ‘컵 오브 엑셀런스 (COE)’ 경매를 통해 뛰어난 품질의 커피가 시장에 유통되면서 농장들도 더 나은 품종과 가공 방식을 개발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되었습니다.

또한 미국에서는 인텔리젠시아, 블루보틀 같은 스페셜티 혹은 서브스페셜티를 다루는 카페들이 흥행하게 됩니다. 커피맛의 트렌드가 진하고 탄 맛에서, 산미와 향미로 이동하는 중입니다. 스타벅스도 이러한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서 블론드 원두 (로스팅 포인트가 중배전)를 메뉴에 추가하게 되죠.

이러한 흐름은 한국에도 빠르게 유입되었습니다. 테라로사가 2000년대 초반에 스페셜티 원두를 한국에 소개하기 시작했고, 2010년경 커피리브레, 앤트러사이트, 모모스 같은 스페셜티를 소개하는 브랜드 들이 이때 탄생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2019년, 부산 모모스 커피의 전주현 바리스타가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국내 스페셜티 커피 문화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한국의 커피 문화가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는 뜻이며, 과일향이나 꽃향 같은 섬세한 산미가 조화를 이루는 스페셜티 커피를 소비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런 스페셜티 커피는 대체로 약배전 또는 중배전을 통해 원두 고유의 향과 산미를 살려내는 데 주력합니다. 강배전 (다크로스팅이나 프렌치 로스팅)으로 갈수록 원두의 특성보다는 잘 볶은 원두에서 나는 고소한 맛이 더 두드러지지만, 원두 고유의 향들은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스페셜티 커피시장이 대한민국에서도 그 소비가 늘어나면서 이제는 파나마·콜롬비아·에티오피아·엘살바도르 등 다양한 산지의 원두가 수입되고 있고, 옥션 상위권에 낙찰되는 커피들을 만날 기회가 더 많아졌습니다.

스페셜티 커피 라벨 읽는 법

스페셜티 커피는 재배와 가공 방법이 추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항상 이러한 순서로 스페셜티 커피라벨이 표시됩니다. 처음에는 항상 나라가 나옵니다. 그리고 나라 다음에는 농장이름이 나오게 되는데, 농장이름을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 (에티오피아처럼)에는 지역이름이나 가공소를 표기하기도 합니다. 위의 시다마 벤사 봄베는 에티오피아의 시다마안에 있는 봄베 지역을 의미하고, 코스타리카 원두 같은 경우에 수마바는는 농장이름이 됩니다. 다음에는 품종이 옵니다. 품종을 특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생략 되어있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스페셜티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의 에티오피아는 품종이 생략되어 있고 (카드하단에는 74110,74112로 표기됨) 코스타리카는 게이샤는 품종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만약 두 가지 원두를 사용하는 경우 둘 다 표기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는 것은 가공입니다. 가공은 커피의 체리과육을 벗겨내고 남아있는 점액질을 제거하거나 발효시키고, 건조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은 체리과육을 처리하는 방법에 따라서, 내츄럴, 허니, 워시드, 무산소발효 등으로 나눠지고 이때 과정마다 특유의 향과 풍미가 생기기도 합니다.

라벨에는 표기되지 않지만, 스페셜티커피는 정보카드를 같이 제공하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커피생산 고도와 프로세싱을 한 프로세서의 이름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또한 정보카드에는 원두의 컵노트를 같이 표기해서 주는 경우가 있어 시음과 시향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그림1. 커피의 가공과정. 왼쪽그림의 커피체리가 가공을 거쳐 오른쪽의 생두가 된다. 이런 자연건조를 하는 방식은 내츄럴이라 부른다.

스페셜티 커피의 대표 품종

어떠한 커피 품종도 고유의 향과 높은 점수를 받는다면 스페셜티 커피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자주 옥션에서 상위권에 오르는 품종들은 정해져 있습니다. 그중에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게이샤 (Geisha) 게이샤는 1970년대 에티오피아의 게샤빌리지 (gesha)에서 발견된 원종입니다. 이 까다로운 품종은 다른 곳에서는 재배가 쉽지 않았지만, 파나마 보케테 지역의 하시엔다 라 에스메랄다 (Hacienda La Esmeralda) 농장에서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수확하여 스페셜티 커피시장을 뒤바꿔놓습니다. 현재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가격으로 낙찰되는 품종이면서, 스페셜티 커피중에서도 높은 몸값을 자랑합니다. 자스민, 베르가못, 열대과일의 향미가 특징이며, 이름이 특이해서 쉽게 기억하실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일본과 전혀 상관없는 이름이라는 것도요.

에티오피아 74158 계열 1974년 지마 농업연구센터 (JARC)에서 선발된 품종으로, 예가체프 (Yirgacheffe)와 시다모 (Sidamo) 지역에서 많이 재배되는 품종입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커피 품종을 선별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커피이름에 에티오피아의 지역명만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품종은 기억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에티오피아의 커피들이 향긋한 꽃향을 가지고 있다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파카마라 (Pacamara, 엘살바도르) 파카스 (Pacas)와 마라고지페 (Maragogipe)를 교배해 만든 품종으로, 엘살바도르 산타아나 (Santa Ana) 지역에서 자주 발견됩니다. 큰 원두 크기와 복합적인 풍미가 특징으로, 초콜릿·열대과일·향신료가 조화를 이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원두를 사용하는 유명한 농장은 엘 파라이소 농장입니다.

학회장옆 스페셜티 커피

스페셜티 커피를 마시는데, 위에 있는 내용들을 아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첫 한 모금으로도 설득되실 것이 분명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위의 지루한 글을 바로 읽지 않고 이곳으로 당신이 왔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심장학회와 심초음파 학회가 열렸던 바로 그곳. 그곳에 가면 어떤 커피를 마셔야 하나요?

  • 모모스 커피 마린시티점 (벡스코, 부산) “Specialty for All”이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COE 경매를 통해 다양한 스페셜티 원두를 선보이며, 스페셜티 입문자들에게 교과서 같은 존재로 자리잡았습니다. 모모스커피는 2019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국내 바리스타 최초로 우승한 전주연바리스타를 배출한 곳입니다.

  • 커피플레이스 노동점 (경주화백컨벤션) 이 카페는 정말 작습니다. 봉황대라고 불리는 고분군 바로 앞에 있는 이곳은 오늘의 커피라는 이름으로 가장 자신 있는 커피를 내놓습니다. 이 커피를 내놓기 위해서 서울의 로스터리와 같이 세계적 옥션에 참여하죠. 오전에 일찍 가면 로스팅하기 전에 사장님이 나와서 직접 커피를 만드시고, 오후에는 로스팅하러 공장으로 가십니다. 물의 경도까지 신경 써가며 만들고 밸런스를 잡는 그런 장인이 하시는 곳입니다.

  • 향미사 (경주화백컨벤션) 이곳은 '향미를 다루는 사람'이라는 이름처럼, 깔끔하면서도 각 커피 고유의 개성이 살아있는 향미를 선사합니다. 로스팅을 집요하도록 낮은 포인트로 로스팅해서 산미의 최대치와 향을 살리는 것에 주력합니다.

  • 프릳츠 도화점 (여의도) 다리 건너 마포에 있습니다. 마포대로를 따라 있는 빌딩들 뒤로 작은 한옥건물에 있는 이곳은 프릳츠의 역사가 시작된 곳입니다. 프릳츠는 생두산지를 직접 다니면서 한국에 소개할 원두를 찾아다닙니다. 그리고 많은 곳에서 프릳츠에서 제공하는 원두로 커피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빵이 맛있습니다.

  • 피어커피 코엑스 (코엑스) 피어커피는 대한민국의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격전지라고 할 수 있는 성수동에서 성공을 바탕으로 코엑스에 자리한 4번째 매장입니다. 스페셜티 커피의 향과 인텐스보다는 클린컵 (잡미가 없는 깔끔한 맛)에 초점을 두고 있어 입문에는 완벽합니다.

  • 아로마 로스터리 (마곡 코엑스) 마곡동에 자리한 '아로마 로스터리'는 커피의 '향'에 진심인 곳입니다. 다양한 스페셜티 원두를 배치 브루 (스타벅스 오늘의 커피, 맥도날드 커피가 이 방식) 방식으로 미리 준비하여 제공하여 오래 기다리는 것을 못 하는 심장내과 의사들에게는 시간절약과 함께 합리적으로 스페셜티를 만날 수 있습니다.

  • 센터커피 서울숲 (워커힐) 영국에서 브루어스컵 우승을 하고 한국에서 멋진 원두와 커피를 소개하기 위해 박상호대표가 시작한 곳입니다. 그의 한국에서의 별명은 ‘게이샤갱’입니다. 게이샤 품종을 좋아하고, 한국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게이샤 품종 커피들을 소개하는 데에 진심이었죠. 사실 워커힐에서 여기까지 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럼, 출장이나 여행할 때 서울역에서 센터커피를 찾아 맛보시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