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를 찾아서: 옐로우나이프의 밤

인하의대 신성희

하늘을 가로지르는 오로라커튼

어릴 적 TV나 책에서 보던 오로라는 언제나 신비로웠다. 하늘 가득 춤추는 초록빛 장막은 자연의 경이로움 그 자체였고, 언젠가는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오로라는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첫 도전은 미국 연수 시절 찾았던 아이슬란드였다. 그때는 오로라가 마치 달처럼, 가면 언제든 볼 수 있는 존재인 줄 알았다. 호텔에 오로라 알람이 있다고 하여 “오로라가 뜨면 깨워달라”고 부탁하고 해맑게 잠이 들었지만, 다음 날 “어제는 안 떴었어요”라는 리셉션의 말과 함께 첫 시도는 허무하게 끝났다. 그제야 오로라는 그냥 오로라가 뜨는 지역에 온다고 해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온과 날씨, 태양 활동, 그리고 운과 타이밍이 맞아야 볼 수 있고, 오로라가 보이는 곳을 찾아서 가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첫날 이후에는 흐린 날이 이어져 결국 첫번째 여행에서 오로라를 보지는 못했지만, 아이슬란드의 용암 대지와 거센 바람 속에서 마치 지구의 태초를 걷는 듯한 경외감을 느꼈던 그 시간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여행이었다.

그로부터 8년이 흐른 올해 추석 연휴, 다시 한번 오로라를 보기 위해 캐나다 북서부의 작은 도시 옐로우나이프로 향했다. 이 도시에서는 ‘1년에 200일 이상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말에 이끌려, 오랜만의 긴 연휴 초반에 비행기에 올랐다. 캘거리에서 옐로우나이프로 향하는 비행기 창밖으로도 희미한 오로라를 처음 발견한 건 첫째 아이인 세운이였다. 처음엔 구름인가 싶었지만, 이내 초록빛이 스며드는 것을 보고 가슴이 뛰었다. 사진에서만 보던 그 녹색 커튼, 드디어 진짜 오로라를 만난 것이었다. 옐로우나이프에 도착하면 더 많은 오로라를 보겠지. 하는 기대를 잔뜩 품고 내렸지만, 정작 옐로우나이프에 도착한 뒤 처음에는 오로라를 보기 쉽지 않았다. 밤이면 두꺼운 구름이 하늘을 덮었고, 오로라 지수를 뜻하는 KP Index가 높더라도 구름이 짙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둘째 날 저녁, 오로라 투어를 기다리며 방에서 쉬던 중 해질녘 하늘에 연기 같은 것이 피어올랐다. 처음엔 구름인 줄 알았으나, 어둠이 내려앉자 카메라에 잡히는 초록빛, 오로라였다. 서둘러 밖으로 나와 호텔 인근 언덕으로 올라가니 육안으로도 희미한 초록빛이 보였고, 양쪽 지평선을 잇는 듯한 거대한 커튼이 펼쳐졌다. 밤에 예정된 오로라 투어는 구름 때문에 실패했지만, 그 저녁의 오로라만으로도 마음이 벅찼다. 진정한 오로라 댄싱을 본 것은 셋째 날, 오로라 빌리지를 찾았을 때였다. 낮에는 맑았다 흐렸다 반복되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밤이 되자 구름이 걷히며 하늘이 열렸다. 초록과 핑크빛이 뒤섞인 장막이 하늘 가득 넘실거리며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요동치는 빛의 물결 앞에서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하였다. 하늘 한가운데서 춤추는 자연의 장관은 말로 다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사실, 오로라는 늘 하늘에 떠 있다. 단지 해에 가리고, 구름이 끼고, 달이 밝아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도, 행복도 사실 내 바로 곁에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번 새기며 돌아오는 버스 안, 옆에서 깊이 잠든 아이들이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호수 위의 오로라 / 티피 텐트와 오로라

오로라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께 드리는 몇 가지 팁

오로라는 기온, 날씨, 태양 활동, 달의 밝기가 맞아야 만날 수 있다. 그중 날씨가 가장 중요하다. 중위도 관측 확률을 나타내는 KP Index가 5~6 이상이라도 구름이 두껍게 덮이면 볼 수가 없다. 반대로 바람이 불어 구름이 잠시 걷히거나, 별이 드문드문 보이는 하늘이라면 짧게나마 오로라를 볼 수 있다. 문제는 예보가 잘 맞지 않는다는 것. 흐림 30% 예보에도 구름이 잔뜩 낄 수 있고, 구름 예보가 있는 날에도 맑을 수 있다. 결국 오로라는 과학과 운, 그리고 타이밍의 조화인 듯하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같은 유럽은 겨울이 흐린 날이 많은 편이라 춘분이나 추분 근처가 나을 수 있고 (보름 근처는 피해서), 오로라 oval의 중심인 옐로우나이프는 겨울에 밤이 길어 볼 확률이 더 높아지나, 혹한에 대비해야 한다. 봄, 가을에 가는 경우 4일을 머무르면 95% 이상의 확률로 볼 수 있다고 하나 강한 오로라를 만나는 건 복불복인 듯하다. 대부분 옐로우나이프에 가면 헌팅투어를 하거나 오로라 빌리지를 방문한다. 날씨가 불안정한 경우 가이드가 구름 사이를 찾아 이동하는 것인데, 흐리다면 어디를 가듯 보이지 않는 듯하다. 대신, 호수 가까이의 오로라와 같은 절경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에 반해 오로라 빌리지는 한 장소에 머물러 보기 때문에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지만, 하늘이 맑고 오로라가 있어야 한다. 해외 운전에 익숙하다면 렌터카도 괜찮은 선택인 듯 하다. 오로라가 꼭 투어를 하는 밤 10시-새벽 2시에 보이는 것이 아니고, 초저녁이나 새벽에도 나타나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단, 지역에 따라 인터넷 연결이 잘되지 않으므로 대비를 해 가는 것이 좋겠다.

별빛과 어우러진 오로라 아치

도시 위로 펼쳐진 오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