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york Presbyterian Hospital-Weill
Cornell Medicine 견학기
서울현대병원 김규
NYP-Weill Cornell Medical Center
2025년 3월, 정들었던 세브란스병원에서의 근무를 마친 뒤 가장 먼저 계획한 일은 미국의 의료 현장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장기간 이어진 의정 사태를 겪으며 한국의 전공의 수련 체계와 의료보험 수가 구조를 포함한 의료환경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고, 미국이라는 다른 환경에서 실제 진료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체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하종원 교수님의 도움으로 NewYork-Presbyterian/Weill Cornell Medical Center (NYP/WCMC)에서 2주간의 observership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NYP/WCMC는 862병상 규모의 대형 메디컬센터로, 역사가 오래된 만큼 건물이 오래되었지만 고풍스럽고 박물관 같은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주로 오전에는 Cardiac intensive care unit에 상주하며 전공의와 펠로우들의 일정에 맞춰 회진과 진료 과정을 관찰했고, 오후에는 cath room에서 시술을 지켜보며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2주를 보냈습니다.
WCMC 명찰
컨퍼런스룸 정문
견학 과정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전공의 수련 환경이었습니다. Cardiac ICU는 약 30 병상 규모였고, 전공의 4명은 각자 최대 3명 정도의 ICU 환자를 맡아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회진 시간에는 담당 전문의 (attending physician)와 펠로우가 함께 그 계획을 논의하며 교육을 진행했고, 전공의는 그 과정에서 기록을 작성했습니다. 그 외의 환자들은 석사 수준의 교육과 자격을 갖춘 Nurse practitioner (NP)들이 맡아 환자 상태를 정리한 뒤,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진료가 진행되는 구조였습니다. 입원 진료를 책임지는 전문의는 보통 2주 단위로 팀을 맡아 환자를 관리했고, 보다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은 심부전 전문의가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야간에는 2명의 night shift 전공의와 1명의 NP가 인계를 받아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필요시 처치를 진행했습니다.
아침 회진은 보통 3시간을 조금 넘겼습니다. 충분한 시간 동안 환자 상태와 치료 계획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교육 역시 회진 과정에 자연스럽게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전공의는 단순 업무에 매몰되기보다는, 독립적인 전문의가 되기 위해 필요한 사고 과정과 의사결정 체계를 체계적으로 훈련받는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중심정맥관 삽입이나 CT 조영제 사용과 같은 동의서는 전공의가 직접 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별도의 자격을 갖춘 NP가 담당할 수 있는 구조이기도 했습니다. 전공의들은 자신의 환자 프리젠테이션이 끝나면 온라인 교육을 수강하고 평가를 받거나,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이 보장되어 비교적 유연한 수련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내과 수련 과정은 인턴이 없는 3년(PGY 1-3) 과정이며 1년 차에는 내과 전반의 업무를 폭넓게 경험하고 이후 연차가 올라가면서 general internal medicine 역량을 심화하는 구조로 보였습니다. 이후 심장내과를 포함한 세부 전공으로 진로가 나뉘는데, cardiology의 경우 일반적으로 3년의 general cardiology fellowship을 거친 뒤 intervention, imaging, EP 등의 세부 전임의 과정을 추가로 밟게 됩니다. 다만 세 부분과 전문의의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어서, general cardiology 과정만 마치고 임상 현장으로 진출하는 비율도 적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점심 컨퍼런스
교육 문화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주 1회 아침에는 모든 스태프가 모여 증례 토의를 진행했고, 매일 점심 시간 에는 전공의와 전임의를 위한 교육 세션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강의 중간에도 자유롭게 의견을 내거나 질문을 하는 분위기였고, 최신 연구보다는 기본 개념을 반복적으로 확실히 다지려는 접근이 눈에 띄었습니다. 전임의들은 수개월 단위의 연구 전담 기간이 배정되어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지만, 전체적인 업무 강도는 전공의보다 높은 편으로 느껴졌습니다. Routine TTE는 sonographer가 촬영하고 imaging cardiologist가 판독하는 구조였으며, 판독 업무가 많아 부담이 크다는 점은 한국과 비슷해 보였습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정상 심초음파에서도 획득 영상 수가 100개가 넘는 경우가 흔했다는 점입니다. sonographer가 임의로 선택해 생략하기보다는, 가능한 모든 검사를 일정한 프로토콜로 최대한 균일하게 획득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LVOT PW를 여러 레벨에서 측정하거나, 대부분의 환자에서 AV CW를 포함해 여러 도플러 스펙트럼을 빠짐없이 얻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imaging cardiologist가 심장 MRI까지 판독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radiologist의 역할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심장중환자실
Cath room
SESAME proceture
Cath room의 규모는 한국의 대형 병원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한국에서는 비교적 드물게 접했던 시술을 자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Transcatheter tricuspid valve repair 외에도 valve-in-valve TAVR에서 coronary obstruction을 예방하기 위한 BASILICA procedure, transcatheter mitral valve replacement(TMVR)에서 neo-LVOT obstruction이 예상되는 경우 좌심실 중격을 전기수술적으로 절개하는 SESAME procedure 등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었습니다. 폐동맥에 압력 센서를 삽입해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는 CardioMEMS 역시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CardioMEMS의 가격이 2만 달러가 넘는다는 점이 놀라웠는데, 한편으로는 미국에서 심부전으로 입원하면 1만 달러가 넘는 비용이 드는 경우가 많아 결과적으로 의료비 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으며 또 한 번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보험 체계의 차이도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예를 들어 severe atrial MR에서 TEER를 시행하던 중 시술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져 중단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고가의 delivery system 비용 때문에 어떻게든 시술을 마무리하려고 했던 경험이 떠올라 담당 전문의에게 질문했습니다. 그때 “환자가 좋은 보험을 가지고 있어 여러 차례 시도하더라도 환자 부담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답을 듣고, 한국에서는 왜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지 씁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대로 ICE는 4,000달러가 넘는 비용 때문에, 2주 동안 TAVR에서 ICE를 사용하는 장면을 거의 보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병원의 규모는 비교적 작아 보이지만 스태프 수가 매우 많아 (체감상 세브란스 내과보다 훨씬 여유롭게 느껴졌습니다), 팀 기반 진료가 자연스럽게 굴러간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반면 한국의 대형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근사한 푸드코트나 카페 같은 편의시설이 많지 않다는 점은 의외였습니다. 이러한 시스템과 인프라가 가능하려면 결국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습니다.
2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미국 의료를 모두 이해하기는 어려웠고, 제가 관찰한 내용 중 일부는 제한된 경험에 기반한 인상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교육과 진료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한국에서도 언젠가 교수님들과 전공의·전임의 선생님들이 모두 적절한 대우를 받으며 교육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구조로 나아가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