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진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심혈관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사망 원인 중 하나이다. 심혈관 질환의 가장 중요한 병태생리인 죽상경화증의 생성 및 진행에는 수많은 유발 요인이 존재하지만 그중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스타틴을 비롯한 수많은 약제를 통해 사망률을 비롯한 임상 예후가 크게 향상되었지만 여전히 ApoB 함유 Lipoprotein, 특히 LDL 콜레스테롤 및 잔여 입자로 인한 추가 심혈관 위험을 줄여야 하는 Unmet need가 존재한다. 따라서 새로운 효과적 치료방법의 개발 필요성은 과거부터 항상 존재해 왔으며 이전에는 `Untargetable’로 간주하던 경로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도 이에 해당한다.
전통적인 저분자 유기 화합물 약물은 일반적으로 HMG-CoA reductase인 스타틴처럼 효소 억제제로 작용하거나 세포막 또는 세포 내에 위치한 조절 수용체의 활성 조절을 통해 신호 전달에 영향을 미쳐 약효를 나타낸다. 하지만 ApoCIII, Apo(a), ANGPTL3와 같이 잘 정의된 촉매 또는 조절 영역이 없는 단백질은 전통적인 방식의 약물로는 효과를 나타낼 수 없다. 최근에는 이러한 효소나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여 특이성을 높인 단일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 기반 약물들이 개발되어 사용 중이지만 이 역시 단백질 레벨에서 작용한다는 점에서는 전통적인 저분자 약물과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표적 혈장 단백질의 양이 너무 많은 경우에는 약물의 효과를 얻기 위해 역시 많은 양의 항체가 필요하게 되며 이로 인해 고농도의 면역 복합체가 생성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단일클론 항체의 사용에도 제한이 생기며 이는 안전성과 생산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처럼 전통적인 단백질 표적 약물들의 제한점으로 인해 기존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보다 근본적인 접근 방식들이 제시되었다. 이미 존재하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단백질 생성 자체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센트럴 도그마(Central dogma)’란 DNA를 처음 발견한 프랜시스 크릭에 의해 제안된 개념으로 생명체의 유전정보는 핵 내에 존재하는 이중나선 구조의 DNA에 저장되어 있으며 이 유전정보는 Messenger RNA(mRNA)로 전사(Transcription)된 뒤 핵 내에서 세포질로 이동하여 mRNA로부터 번역(translation) 과정을 거쳐 단백질을 생성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하며 분자생물학 분야의 가장 중요한 중심 원리이다. RNA 기반 치료제 중 mRNA 표적 약물은 세포막을 통과하여 세포질로 방출된 뒤 단일 가닥인 표적 mRNA와 상보적으로 염기 결합을 하여 분해하는 방식으로 센트럴 도그마 중 mRNA의 번역을 억제하여 단백질 생성을 차단하는 기전을 바탕으로 한다(그림 1). 이를 위해 개발된 RNA 표적 약물의 두 가지 주요 클래스는 단일 가닥 Antisense oligonucleotide(ASO)와 이중 가닥 Small or short interfering RNA (siRNA)이다. 특히 siRNA 약물은 이중 가닥 중 표적 mRNA와 상보적 염기 서열을 가진 단일 가닥만 세포 내에 존재하는 Ago2 단백질과 결합하여 RNA-induced silencing complex(RISC)라는 복합체를 생성한 뒤 표적 mRNA와 결합해 분해한다. 이 때 RISC는 함께 분해되지 않고 재활용되어 다시 새로운 표적 mRNA를 분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적은 용량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고, 특히 반감기가 기존 약물 대비 획기적으로 길어지게 되어 투여 간격이 최대 6개월까지 길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미 존재하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상부에서 단백질 생성 자체를 억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표적 혈장 단백질의 양이 너무 많은 경우에도 효과적이다. RNA 기반 PCSK9 억제제로 개발된 Inclisiran은 2020년 3상 임상시험에서 놀랄만한 PCSK9 생성 억제 및 혈중 LDL 콜레스테롤 강하 효과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3상 결과를 토대로 2021년 FDA 승인 후 이미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임상에서 사용 중이며 2024년 한국에서도 식약처 승인을 받아 조만간 임상 현장에서 실제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RNA 기반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는 기존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보다 근본적인 접근 방식의 새로운 약물이며 앞에서 언급한 여러 장점들로 인해 다양한 연구 및 사용이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심혈관계 예후 및 장기적인 안전성이 확보된 것은 아니므로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임상시험들의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림 1. siRNA와 ASO에 의한 mRNA 분해 기전 (JACC 2020;76:56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