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찬대한심부전학회 고문/충북의대
“왜 산을 오르는가?”라는 질문에 어떤 이는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라고 대답했고 다른 이는 “등산은 스포츠이면서 정열이고 탈출이며 때로는 하나의 종교”라고 했다고 하는데 산을 오르는 이유는 사람마다 모두 다 다릅니다. 저는 인생을 살면서 여러 일들을 경험했고 큰 성취와 보람을 느꼈던 일들도 많았습니다만 이 과정에서 어려움과 도전도 있었습니다. 의료계는 언제나 바쁘고 스트레스가 많은 분야인데 특히 심장내과는 더욱 그러하지요. 제 짧은 경험으로 볼 때 가끔씩 진료와 연구에서 벗어나 산을 오르는 것이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아 얘기해 보려 합니다.
1985년 전공의 시절 제주도립병원으로 파견근무를 나갔을 때, 처음으로 한라산을 오르면서 땀과 함께 많은 생각들이 흘러내리고 몸과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탐방로가 막혀 있지만 그 당시에는 영실이나 어리목으로 올라 윗새오름을 거쳐 한라산 정상에 갔으며 백록담까지 내려갈 수가 있었는데, 매 주말마다 한라산을 오르며 이때부터 자연스럽게 등산이 삶의 한 부분이 되어버렸습니다.
등산은 건강을 위한 작은 휴식입니다. 높은 강도의 업무를 감당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피로와 스트레스를 느끼기 마련인데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산을 오르며 심신을 재충전하고 건강을 챙길 수 있습니다.
등산을 하면서 가장 큰 매력을 느끼는 것은 자연과의 깊은 연결입니다. 도시의 소음과 복잡함에서 벗어나 조용한 산속에서 잠시의 고요함을 느껴보고 사시사철 놀라운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신선한 공기를 마십니다. 꽃과 나무와도 대화하면 경이롭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됩니다. 즉 삶의 균형을 찾게 됩니다.
산행을 하다 보면 새로운 시각과 아이디어가 떠오르곤 합니다. 산에서의 고독한 순간이나 대자연의 장엄함은 새로운 영감을 제공하고, 혁신적인 연구 아이디어나 새로운 진료 접근 방식이 고민될 때, 잠시 산을 오르며 마음을 비우는 것이 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산행을 한다면 일상적인 대화와는 다른 편안한 환경에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의견을 교환하는 소통의 장이 되기도 하고, 여러 명이 산을 오르다 보면 서로 도와주고 나누게 되고 상대편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아져 인간관계는 더욱 돈독하게 됩니다.
산은 모든 것을 수용하지만 냉엄하기도 하여 준비를 잘 하지 않고 겸손하지 않으면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우리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마주할 때가 많습니다. 험난한 길,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 체력의 한계 등 다양한 도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도전들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강해집니다.
누군가는 100대 명산 완등, 백두대간 종주나 3대 종주(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등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산에 오르지만, 의외로 우리의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의 여유를 가지는 등산이야말로 건강도 챙기고 마음의 안정과 여유로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 다음에 함께 산행을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