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HF The Korean Society of Heart Failure

Heart Failure Times

Vol.27, Aug. 2022

HEART FAILURE FREE TIME

루이14세의 심장으로 그렸다는 부엌풍경

박상민노원을지대학교병원

루이14세의 심장으로 그렸다는 부엌풍경

5세의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 72년간 ‘짐이 곧 국가다!’로 자칭하며 절대왕정을 누린 태양왕 루이14
세 (Louis XIV)는 생전에 예술을 사랑하고 그 또한 재능이 뛰어나 직접 발레공연을 하기도 하였다. 그는
화가들에게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생존 당시만 그의 초상화를 700점 이상 그렸다고 하며
현재도 약 300점이 남아있다 [그림1].

그림1.루이14세의 초상, 왕의 위엄을 나타내는 화려한 배경과 의상에 두발은 탈모로 가발로 보이고 길게 드러나게 그린 다리는 발레복과 빨간 굽이 있는 발레화로 마무리된다.

달이 차면 기울 듯, 프랑스혁명으로 마지막 왕인 루이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기요틴에서
참수에 처해지면서 왕정이 무너지고,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이끄는 혁명정부에 의해서 공화정이
시작된다.
이 때 우리나라의 부관참시와 같이 역대 왕족들의 무덤이 파헤쳐지고 그들의 장기인 심장도 처분이
되어야했다. 세상을 호령했던 태양왕도 이 불행을 피해나갈 수 없었다. 당시 일을 맡은 관리였던 건축가
프티 하델 (Louis-François Petit-Radel)은 그의 친구인 화가 마르탱 드뢸링 (Martin Drollong,
1752-1817)에게 그들의 장기를 전해주어 뭔가 보존할 방법을 고민하였다. 당시의 화가들에게는
그림을 그린 뒤 기름과 알코올을 섞은 투명물감을 덧칠하여 그림에 윤기를 더하고 선명하게 색감을
살리는 글라시 (glacis)기법이 유행이었다. 화가 드뢸링은 “부엌풍경(Interior of the kichen)”이라는
그림을 그린 후 프티하델에게 받은 왕족들의 심장을 갈아서 글라시기법으로 그림을 완성하는데
사용하였다. 부엌풍경이 전체적으로 깊고 밝은 갈색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이것 때문으로 추정한다.
이 기사는 2010년 프랑스 대표 예술잡지인 보자르 (Beaux-Ars)에 프랑스 국가기록원의 비밀문서
(분류번호 03-623)를 근거로 보도되었다. 당시, 고단하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그린 이 그림은 드륄링이 1815년 그려서 그가 세상을 떠나던 해인 1817년에 살롱전에 출품되었는데,
당시에는 그 가치가 인정되지 않았고 사후에 현재 루브르박물관에 소장중이다 [그림2].

그림2.부엌풍경, 창으로 은은한 빛이 들어오는 부엌에서 바느질하는 두 여자, 고양이와 노는 아이의 모습이 보이는 네덜란드 황금기에 서민들이 소박하고 평화로운 모습을 글라시기법으로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