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연구개발 (R&D) 사업이란?
국가 연구개발 사업이란 광의의 의미로써 기업 연구개발을 포함하여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 계획 및 또는 과학기술전략의 수립을 말하며, 협의의 범위에서는 정부 예산 및 정부가 조성한 기금을 사용하여 연구개발 활동을 직접 추진하거나 이를 지원하는 사업을 말한다. 법령상 정의로써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 제2조제1호3)에서 “국가연구개발사업이란 중앙행정기관이 법령에 근거하여 연구개발과제를 특정하여 그 연구개발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출연 (국가 등이 반대급부 없이 예산이나 기금 등에서 지급하는 금액)하거나 공공기금 등으로 지원하는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사업” 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국가가 직접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사업이라는 특성상, 정부가 전략적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목표 지향적인 특징을 가지며, 미래 핵심기술의 선행적 개발 지원, 시장실패가 나타날 수 있는 기초, 공공, 복지 분야의 기술 등을 개발하기 위한 목적을 지니게 된다. 연구개발 구상의 방향성에 따라 각 부처에서 특정 목적 하에 사전에 기획된 중장기 전략에 맞추어 추진하는 목적지향적 (Top-Down)과제 (예: ooo사업단, ooo 프로젝트)와 창의적 연구, 기반연구 등 연구자 중심의 프로그램 내에서 연구자에 의해 연구의 방향성과 방법이 결정되는 자유 공모형 (Bottom-Up)과제 (예: 학술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보건산업진흥원 중개연구)로 나눌 수 있다. 과거에는 연구비 규모가 500억 이상인 경우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하여 경제성 분석, 투자 우선순위, 적정 투자시기, 재원조달 방법 등의 타당성에 대해 사전검토 후에 연구개발사업이 착수되었으나, 2022년 9월 예비타당성조사 기준이 1000억원으로 상향 되었고, 2024년 5월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가 전면 폐지되면서 사전 전문검토 및 맞춤형 심사제도가 도입되었다.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계획과 운영: 예산은 언제 만들어지나?
정부의 예산 편성 계획은 예산 집행 수년 전부터 시작되며, 통상적인 정부 연구개발 사업의 경우에도 예산 확보 과정에만 1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그림 1). 예를 들어, 2025년 예산의 경우 2023년 말 부처별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고, 2024년 1월까지 중기 사업계획서를 제출, 2~4월에 부처별 투자 방향 및 예산 배분안이 마련되고, 5~6월에 예산에 대한 심의가 이루어지게 된다. 대규모 국책사업의 경우 해당 부처의 투자 우선순위에 포함이 되어야 하며, 정부 예산요구서가 제출된 이후 새로운 사업의 추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행하고자 하는 과제가 있다면 이른 시기부터 과제 수행 방향과 수행의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하여 예산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R&D 계획 및 투자 우선순위는 중기 계획으로서 과학기술 발전에 관한 중, 장기 정책목표와 방향, 계획을 담은 과학기술기본계획 (2023-2027년, 5개년 계획) 및 단기 계획으로서 차년도 국가연구개발 투자방향 및 기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 정부 부처에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획재정부의 예산 심의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의 목적이 정부투자의 방향에 부합하는가? 사업의 예상되는 성과가 미충족 수요나 보건의료산업 발전에 얼마만큼 기여할 수 있는가? 사업의 실행가능성은? 타 사업과의 비교에서 우선 투자할 가치가 있는가? 등이 예산 편성 시에 종합적으로 검토된다.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추진 체계
앞서 설명한 연구개발 사업의 방향성, 투자 우선순위 및 예산 배분은 ‘중앙행정기관’에서 결정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의 기관이 이에 속한다. ‘중앙행정기관’은 수립한 사업 계획과 예산에 맞도록 실제 사업을 수행하고 예산을 집행할 ‘전문기관’을 선정하여 계약을 하게 되는데, 이 ‘전문기관’에는 대한심부전학회 회원들이 친숙할 법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연구재단 등이 포함된다. 예산과 과제의 성격에 따라 연구자는 중앙행정기관과 직접 계약을 하기도 하고 전문기관을 통해 계약, 연구를 수행하기도 한다 (그림 3).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 대한 직접 사전조사 또는 연구자들로부터의 기술수요조사를 토대로 사업기획안 및 사업계획서가 작성되고, 이에 따라 각 연구 (과제)의 제안요청서 (Request for proposal, RFP)가 짜여지게 된다. 이 RFP는 기관별 내부 심의기구 및 분야별 전문위원회 (보건의료 분야 과제의 경우 보건의료기술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연구 과제의 추진 필요성, 과제의 중복성 여부, 수행 범위의 적절성, 연구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평가받게 된다. 심의를 통과한 RFP가 공고가 되면 공고된 RFP에 대해 각 연구자들이 구체적인 연구 계획과 예산 사용 계획을 담은 연구계획서를 작성, 제출하게 되고, 선정평가를 거쳐 실제 연구를 수행하게 될 주관연구기관이 결정된다. 각 중앙행정기관 또는 전문기관의 내부 규정에 따라 발주처-주관연구기관 간 계약이 이루어지는데, 이 단계에서 협의를 거쳐 일부 연구 방법이나 예산 집행 내역이 수정될 수도 있다. 연구 진행 중 중간진도보고서를 요구하는 기관이 있기도 하고, 연구 종료 후 최종보고서를 작성, 제출하고 수행한 연구 내용에 대해 전문위원의 평가를 받게 된다. 이 평가 결과에 따라 향후 과제에 지원할 때에 가산점을 받기도 하고 반대로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 제한을 받게 되기도 한다. 필자가 몸담았던 국립보건연구원의 학술연구용역과제 추진 절차는 [그림 4]와 같다.
국가연구비에 도전하기: 꿀팁?
모든 일에는 왕도(王道)는 없고 정도(正道)만 있을 뿐이다. 충분한 기반 조사와 사전 준비를 통해 치밀하게 계획된 연구계획서가 높이 평가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실현 가능성과 구체성에 더불어 도전성, 창의성까지 겸비한 계획서가 있다면 선정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국가 과제를 준비하는 데 있어 알아 두면 도움이 될 만한 사항들은 몇 가지 있다.
우선, 출제자의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것. 앞서 언급했듯이 모든 국가 연구개발 과제는 부처별 중기 및 단기 계획에 부합하게끔 만들어진다. 과제를 만든 각 부처의 업무 특성과 정책 방향에 맞게 RFP를 해석하고 이를 고려하여 연구계획서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과제가 속해 있는 큰 예산 제목은 무엇인지, 함께 공고된 다른 과제들의 성격은 어떤지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RFP에 실려 있는 내용을 완전히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다. RFP에는 발주부서에서 원하는 과제 추진의 기본 방향과 간략한 연구 방법 또는 내용이 담겨 있어, 이를 토대로 (이에 만족하면 안 된다!) 기본 방향은 유지하되 풍성하게 살을 붙여 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필요시에는 과제 공고 기간 동안 발주부서 담당자를 통해 과제의 방향성과 요구 조건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연구계획서는 해당 과제와 관련된 연구기획 활동의 결과물로써 제안자 (책임연구자)의 모든 아이디어, 선행 연구 경험 및 결과를 충분히 담고 연구 방법과 내용을 구체적이면서 현실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부처별로 연구계획서 표준 서식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제공된 형식에 맞추어 충실히 작성해야 한다. 표준 서식 내의 모든 작성 항목은 평가항목 (평가지표)와 연계되어 있으므로, 해당 과제의 상세 평가지표를 확인하여 요구하는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기술해야 한다. 연구계획서는 선정평가의 기초 자료이기 때문에, 계획서가 부실할 경우 평가위원들에게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게 할 수 있다. 연구계획서는 기본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연구에 대해 평가위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므로 논리적, 체계적으로 작성하되, 충분한 논리성을 확보하기 위한 근거가 함께 필요하다. 또한, 분량이 많은 연구계획서를 평가위원이 자세하게 살피기 어렵기 때문에 가급적 중요 내용에 대해서는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며, 효과적인 내용 전달을 위해서는 기술한 내용을 요약하는 표, 그림, 개념도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또한, 모든 연구에 대한 기획은 사업이 시작되기 최소 1년 이전부터 출발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사전 기획 단계에서부터 해당 부처의 투자 방향성에 부합하는 연구 과제를 적절히 제안한다면 관련 과제가 기획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진다. 많은 연구자들이 각 부처에서 실시하는 ‘기술수요조사’에 관심이 없거나 응답을 하지 않지만, 상당수 과제들이 이 수요조사를 토대로 기획되고 있고, RFP 내부 심의 단계에서도 수요조사 결과를 반영했는지 여부를 체크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본인의 관심 분야 및 연구 주제를 어필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모든 과제는 ‘연구자들이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국가 과제 기획 단계에서부터 연구자들의 지속적인 참여와 제안이 중요 과제를 만들고 규제를 개선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유능한 대한심부전학회 회원들이 국가 과제에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