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대한심부전학회 정책이사
뜻하지 않게 교수들이 당직을 서는 상황이 두 달을 넘어가고 있다. 대부분 병원에서 순환기 내과의 교수 수가 상대적으로 많아 전체 내과 교수를 묶어 당직 스케줄을 돌리면 당직 간격이 조금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다른 분과 교수님들이 차라리 당직을 더 서더라도 순환기 내과 환자는 그냥 순환기 내과 교수들끼리 당직하며 진료하라는 병원이 많아 역시 심장 질환은 중증이구나 실감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순환기 내과 교수님들이 당직을 서면서도 심부전 환자 콜을 받기 상당히 힘들어한다는 것인데, 이를 보아도 심부전은 당연히 전문진료질환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심부전이 전문진료질환은 고사하고 심뇌혈관질환의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이하 심뇌법)에서조차 아예 거론되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기술 분류체계에도 심부전은 중분류상 ‘기타 질환’에 묶여 있지 독립된 질병군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질병 분류 체계가 감염성 질환 위주의 옛날식 분류로 남아 있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이미 현장에서는 공중 위생의 향상으로 드문 병이 되어버린 류마티스 심질환이 급성/만성 각각 독립된 중분류로 중시되는 반면, 최근도 아닌 벌써 30여 년 전부터 현재 진료 단위에 독립된 영역으로 자리잡은 판막 질환, 심부전, 부정맥은 모두 ‘기타’ 심질환으로 묶여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 심뇌혈관 보건 체계의 근간 법안인 심뇌법에는 좀더 심각하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근경색증, 뇌졸중, 심정지 만이 대상 질환으로 되어 있는데, 그 결과 제2차 심뇌혈관질환 종합계획의 115개 연구 과제 중 심부전관련 조항은 ‘심뇌혈관질환 후유증 및 합병증 조기발견과 관리 강화’ 과제 1개에 급성심근경색증 등 심혈관질환 발병 후 합병증 (부정맥, 심부전, 심실동맥류 혈전 등) 조기발견 및 관리체계 구축으로 곁다리 끼어 있을 뿐이다.
필자가 전공의 시절 순환기 내과 병동의 반은 판막 질환+고혈압 (!), 반은 관상동맥질환자였던 분포가, 주니어 스텝 시절에는 고혈압은 더 이상 입원 치료하는 질병이 아니게 되었고, 판막 질환이 줄어들며 그만큼을 부정맥 환자가 대체해가고, 최근에는 약물스텐트/스타틴의 발달로 관상동맥질환자의 입원이 줄면서 그 자리를 심부전 환자가 차지해 가고 있는데 제도 및 정책은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부족한 사람에게 정책 이사의 중임을 맡겨 주신 것을 감사하며 부족한 계획을 말씀드리자면 일단계로 심부전을 명백한 심장 질환으로 법령/제도에 자리잡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뺄셈의 정책이 아니라 부정맥 학회, 어쩌면 심초음파 학회와 합동 노력하는 덧셈의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심부전학회에서 제안하여 심장학회 차원에서 보건의료기술 분류체계를 지금 진료 실정에 맞춰 중분류를 정비하려는 노력을 진행 중이다. 이 노력으로 판막질환, 부정맥, 심부전이 중분류에 적시가 되면 이후 중증 심부전을 전문진료질환군으로 지정받기 용이해질 것이다.

두 번째는 심뇌법에 부정맥, 판막질환, 심부전이 심장병으로 명시되게 하는 것이고 이는 새로운 국회 원구성이 되면 바로 국회의원실을 모색해 진행하려 한다. 이 부분이 단순 질병명을 넣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지금 심뇌법에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근경색증, 뇌졸중, 심정지 만이 명시된 것은 단순 실수가 아니라 국가의 책무를 심혈관 질환이 생기지 않게 예방하는 것과 급성기 질환이 발생한 사람이 죽지 않고 의료기관에 도착하게 하는 병원전 단계까지로 한정하고, 그 부분에 국가 예산을 투입한다는 정책적 함의를 담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 부정맥, 판막질환, 심부전을 명시한다는 것은 심뇌혈관진료의 국가 책무를 예방/병원전 단계를 넘어 병원 치료, 재발 방지까지 전단계로 확장한다는 상당히 큰 의미와 예산 확대가 필요한 항목이다. 따라서 쉽지 않겠지만 필수 의료의 유지가 화두로 떠오른 작금의 현실을 이용하여 심뇌법 개정과 이를 통한 심뇌혈관질환의 예방/급성기치료/병원치료의 전방위 국가관리의 법적 기틀을 마련해 보고자 한다.